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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모, 과객인데 하룻밤…” 100년전 추억이 굽이친다

한 글 2010. 3. 26. 18:17

 

“주모, 과객인데 하룻밤…” 100년전 추억이 굽이친다 


옛 봇짐장수 등 묵던 곳

흙벽엔 아직도 외상기록

주모 체취ㆍ흔적 그대로


내성천 휘감은 회룡포

‘육지속 섬’한폭의 그림

 

 

봇짐 장수와 나그네, 과거길에 오른 선비들의 숙식처였던 주막. 넉살 좋은 주모가 손님을 맞아 너스레를 떨던 푸근한 주막은 소설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주막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 바로 경북 예천의 삼강 마을이다. 삼강 주막은 지난 1933년 대홍수를 겪고, 2007년 한 차례 보수 작업을 거치면서 옛 모습 그대로는 아니어도 걸죽한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술이 익어가는 삼강마을=삼강(三江)은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이 합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로부터 이곳은 김해에서 소금을 실은 배가 드나들고,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로 갈 때 거치는 길목이었다. 여기에 묵은 뒤 문경새재를 지나 한양으로 가면 장원급제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때문에 숱한 발길이 머물면서 자연스레 상거래가 번성했다. 1900년 무렵 지어진 삼강 주막은 26.4㎡(약 8평) 남짓한 작은 규모이지만 방 2개와 다락, 부엌 등을 갖추고 있다. 먼저 와있는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사방팔방으로 문이 7개나 있는 점이 색다르다.

 

50여년 동안 주모를 하다가 지난 2005년 89세 나이로 세상을 뜬 유연옥 할머니의 흔적도 남아 있다.

 

‘뱃가 할매’로 불린 할머니는 1917년 이웃 마을에서 태어나 열여섯 되던 해 혼인을 했다. 이후 서른넷의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뒤 2남 2녀를 키우기 위해 주막을 넘겨받아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글을 몰랐던 할머니의 외상 장부는 부엌 벽이었다. 할머니는 생전에 술 한 잔은 짧은 금, 한 주전자는 긴 금으로 외상 표시를 해놓았다. 그 위에 가로줄을 그은 것은 외상값을 다 갚았다는 뜻이었다. 가로줄이 그어지지 않은 금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할머니의 넉넉했던 인심을 짐작케 한다.

 

지금은 이 마을의 부녀회 회원들이 주모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술을 담그는 것은 마을 주민인 김국지 할머니의 몫이다. 솔잎을 따다가 밥을 쪄서 직접 담그기 때문에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맛이 다르다. 은은한 솔잎향이 풍기고, 덜 달면서 더 독하다. 1만2000원이면 꽤 푸짐한 한상 차림을 즐길 수 있다. 부추 부침개와 묵, 손두부 등이 안주로 나온다. 주막 옆에는 500년 넘은 키 큰 회화나무 두 그루가 방문객을 위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이 마을에는 떡메치기, 양반 도포 입고 자전거타기 등의 체험 행사도 마련돼 있다.

 

현존하는 국내 유일의 주막인 경북 예천 삼강 주막 마을 인근의 회룡포‘.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명소다.


▶인근에 가볼 만한 곳은 어디?=
용궁면 대은ㆍ향석리 일대의 회룡포(回龍浦)도 예천의 자랑거리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비상하는 용처럼 휘감아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육지 속의 섬마을’이다. TV 인기 드라마였던 ‘가을 동화’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곳에 가면 쏘가리, 은어 등이 서식하는 맑은 물과 백사장이 그림 같다.

 

인근 비룡산의 중턱엔 천년 고찰인 장안사(長安寺)가 자리잡고 있다.

 

사찰 뒷산의 전망대 팔각정(八角亭)에 오르면 회룡포 마을이 보인다. 인근에는 삼한시대부터 격전지였던 원산성(圓山姓)이 있다. 성 주변에는 고분이 흩어져 있고, 봉수대와 군창지도 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상당 기간 백제의 요새로 삼국이 충돌했던 곳이라고 한다. 회룡포 백사장과 비룡산에선 야영과 민박이 가능하다.

 

감천면 천향1리엔 천연기념물 294호인 우산 모양의 석송령(石松靈)이 있다. 토지를 소유하고 세금을 내 ‘부자 나무’로도 불린다. 마을 주민들은 석송계를 조직,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번영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지낸다.


 

1900년 무렵 지어진 삼강주막.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m.com


<찾아가는 길>

중부 내륙고속도로~점촌ㆍ함창IC~3번 국도~윤직교차로 우회전~존도 1교 근처 산양방면 2시 방향 우회전~불암사거리 우회전~59번 타고 풍양ㆍ낙동 방면 직진~삼강교 건너 오른쪽 삼강주막, 왼쪽 삼강주막마을 진입로

 

 

 

출처 :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10/03/26/201003260130.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