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모, 과객인데 하룻밤…” 100년전 추억이 굽이친다
옛 봇짐장수 등 묵던 곳
흙벽엔 아직도 외상기록
주모 체취ㆍ흔적 그대로
내성천 휘감은 회룡포
‘육지속 섬’한폭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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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짐 장수와 나그네, 과거길에 오른 선비들의 숙식처였던 주막. 넉살 좋은 주모가 손님을 맞아 너스레를 떨던 푸근한 주막은 소설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주막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 바로 경북 예천의 삼강 마을이다. 삼강 주막은 지난 1933년 대홍수를 겪고, 2007년 한 차례 보수 작업을 거치면서 옛 모습 그대로는 아니어도 걸죽한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술이 익어가는 삼강마을=삼강(三江)은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이 합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로부터 이곳은 김해에서 소금을 실은 배가 드나들고,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로 갈 때 거치는 길목이었다. 여기에 묵은 뒤 문경새재를 지나 한양으로 가면 장원급제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때문에 숱한 발길이 머물면서 자연스레 상거래가 번성했다. 1900년 무렵 지어진 삼강 주막은 26.4㎡(약 8평) 남짓한 작은 규모이지만 방 2개와 다락, 부엌 등을 갖추고 있다. 먼저 와있는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사방팔방으로 문이 7개나 있는 점이 색다르다.
50여년 동안 주모를 하다가 지난 2005년 89세 나이로 세상을 뜬 유연옥 할머니의 흔적도 남아 있다.
‘뱃가 할매’로 불린 할머니는 1917년 이웃 마을에서 태어나 열여섯 되던 해 혼인을 했다. 이후 서른넷의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뒤 2남 2녀를 키우기 위해 주막을 넘겨받아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글을 몰랐던 할머니의 외상 장부는 부엌 벽이었다. 할머니는 생전에 술 한 잔은 짧은 금, 한 주전자는 긴 금으로 외상 표시를 해놓았다. 그 위에 가로줄을 그은 것은 외상값을 다 갚았다는 뜻이었다. 가로줄이 그어지지 않은 금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할머니의 넉넉했던 인심을 짐작케 한다.
지금은 이 마을의 부녀회 회원들이 주모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술을 담그는 것은 마을 주민인 김국지 할머니의 몫이다. 솔잎을 따다가 밥을 쪄서 직접 담그기 때문에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맛이 다르다. 은은한 솔잎향이 풍기고, 덜 달면서 더 독하다. 1만2000원이면 꽤 푸짐한 한상 차림을 즐길 수 있다. 부추 부침개와 묵, 손두부 등이 안주로 나온다. 주막 옆에는 500년 넘은 키 큰 회화나무 두 그루가 방문객을 위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이 마을에는 떡메치기, 양반 도포 입고 자전거타기 등의 체험 행사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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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국내 유일의 주막인 경북 예천 삼강 주막 마을 인근의 회룡포‘.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명소다. |
▶인근에 가볼 만한 곳은 어디?=
인근 비룡산의 중턱엔 천년 고찰인 장안사(長安寺)가 자리잡고 있다.
사찰 뒷산의 전망대 팔각정(八角亭)에 오르면 회룡포 마을이 보인다. 인근에는 삼한시대부터 격전지였던 원산성(圓山姓)이 있다. 성 주변에는 고분이 흩어져 있고, 봉수대와 군창지도 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상당 기간 백제의 요새로 삼국이 충돌했던 곳이라고 한다. 회룡포 백사장과 비룡산에선 야영과 민박이 가능하다.
감천면 천향1리엔 천연기념물 294호인 우산 모양의 석송령(石松靈)이 있다. 토지를 소유하고 세금을 내 ‘부자 나무’로도 불린다. 마을 주민들은 석송계를 조직,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번영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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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무렵 지어진 삼강주막. |
<찾아가는 길>
중부 내륙고속도로~점촌ㆍ함창IC~3번 국도~윤직교차로 우회전~존도 1교 근처 산양방면 2시 방향 우회전~불암사거리 우회전~59번 타고 풍양ㆍ낙동 방면 직진~삼강교 건너 오른쪽 삼강주막, 왼쪽 삼강주막마을 진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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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10/03/26/201003260130.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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