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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천년의 시간, 그림이 되다 - 경북 예천

한 글 2010. 9. 5. 19:09

 

[KBS 1TV] 풍경이 있는 여행

 

천년의 시간, 그림이 되다 - 경북 예천


                   산을 에워 흐르는 물이 가장 으뜸이요

                               푸른솔은 그 운치를 더 한다

                  바위 위에 앉은 정자에서 마을을 지긋이 바라보니

                                         천년의 시간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마음을 적신다

 

 

# 바위 위에 앉은 한 폭의 산수화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여행객들을 발길을 묶기도 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오히려 여행의 운치를 더해준다.

그 중 첫손으로 꼽을 만한 것이 아름다운 풍류를 지닌 정자다. 예천에는 유독 그런 정자들이 많다. 으뜸을

친다면 초간정이다. 물이 돌아가는 바위와 그 위 절묘하게 앉아 있는 정자와 풍경은 원래부터 정자가 거기

있었던 것처럼 딱 맞는 조각 퍼즐을 끼어 넣은 듯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다. 몇백 년의 시간을 견뎌왔을

노거수들을 지나면 너른 백사장이 그윽하게 다가오는 선몽대가 나그네들을 반긴다. 신선도 꿈꿀 듯한

비경을 간직한 이곳을 찾아 옛 문인들은 시를 남겼다. 시간이 흘러도 자연은 그대로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도 객들은 정자를 찾아 바쁘게 흘러가던 삶의 쉼표를 찍는다.

 

 

 

# 세금을 내는 나무, 석송령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 석송령 귀하 - 감천면 천향1리 114의1 등 5087㎡에 대한 종합토지세...’

마을 어귀에서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가 이 고지서의 주인이다. 세금을 내는 나무로 더 유명한

석송령은 1927년 아들이 없던 이수목이란 노인이 자신의 소유 토지를 이 나무에 상속 등기해주면서

석(石)씨 성에 영험한 소나무란 뜻으로 송령이란 이름을 지어줬단다. 이때부터 석송령은 땅을 가진

부자나무가 됐고, 매년 세금을 내는 성실 납세자가 되었다. 가진 것만큼 나무는 씀씀이도 넉넉하다.

토지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매년 이 지역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받은 만큼 베푸는 것에

아낌이 없다.

 

 

 

# 육지 속 작은 섬마을, 회룡포

강물도 그 고즈넉한 정취에 반해 빙 돌아가는 곳, 맑은 물과 금빛 백사장이 어우러진 섬의 풍경이 아쉬워

육지는 섬의 손을 꼭 잡는다. 한반도 최고의 물돌이 마을 회룡포다. 물길이 350도 마을을 돌아나가는

회룡포는 높은 곳에서 보면 마치 육지 속의 섬마을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딱 한 삽만 뜨면 섬이 되어버릴

것 같은 아슬한 풍경이다. 마을로 들어가려면 구멍이 송송 뚫린 공사용 철판을 이어 만든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일명 뿅뿅다리라 부르는 이 철다리는 관광객들에게는 추억을 반추하고 즐거움을 주는 매개체이자

주민들에게는 바깥세상과 통하는 통로이다. 물길을 흐르며 고운 모래밭을 일구었다. 맨발로 백사장을

천천히 걸으면서 발끝에 느껴지는 모래의 촉감은 마을이 주는 느낌과도 같다. 평화로움이다.

 

 

 

# 술 따라 익어가는 그리움, 삼강주막

예천 풍양면 삼강리는 낙동강,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세물머리다. 이곳은 조선 시대 영남지역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지나던 영남대로의 길목이자 1900년대 중반에도 소금을 실은 나룻배가 드나들던

나루터였다. 그리고 지금은 이 땅의 마지막 주막이 있다. 오랜 세월 예천을 오가던 보부상과 장돌뱅이들이

허기를 달래고 밤이슬을 피하던 주막은 지금도 희미한 흔적을 따라 이곳을 찾은 나그네들이 추억을 더듬고

고단한 삶을 위로한다. 주막 부엌 벽에는 유난히 빗금이 많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 주객들을 외상을

많이 했다. 주막을 운영하던 유연옥 할머니는 그저 좋다 싫다 말없이 벽에 빗금을 그어 외상을 표시하고

다 갚으면 가로로 줄을 그었다고 한다. 아직 몇 군데에는 가로줄이 보이지 않는 빗금은 넉넉했던

주모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온다.

 

 

 

# 산사에서의 하룻밤, 템플스테이

산자락에 둘러싸인 산사에서 은은히 종이 울린다. 먼동이 트기도 전, 사람들은 하나둘 잠에서 깨어 예불을

드리고 장작을 패어 아침을 짓기 시작한다. 한 끼 밥을 먹는다는 것이 이리 힘든 일이었을까. 지금까지

먹던 밥 한 그릇 안에는 어느 사람의 수고로움이 담겨 있었는지 쌀 한 톨, 반찬 하나하나에 깃든 누군가의

땀을 생각하며 감사함을 되짚는다. 현대 문명 속에서 쳇바퀴 돌 듯 허우적거리며 살아간 삶. 산사에서

하룻밤은 그 속에서 한발자국 떨어져 나를 돌아본다. 버리고 비워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는 어느

선인의 말이 유난히 크게 다가오는 시간이다.

 

 

 

 

 

 출처 및 동영상 다시보기 : http://www.kbs.co.kr/1tv/sisa/travel/view/vod/1671090_3007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