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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속에 섬마을 회룡포

한 글 2010. 12. 14. 14:55

 

 

육지 속에 섬마을 회룡포 
경북 예천·상주 

 

산과 강의 합작으로 육지 속에 작은 섬이 만들어졌다. 강물이 닿을 듯 말 듯한 뿅뿅다리를 건너며 회룡포에서 자연이 빚어낸 걸작을 목격한다. 

 경천대 바위절벽 낙동강 물길 중 가장 아름다운 경치
구멍 숭숭 뚫린 뿅뿅다리 거쳐야 회룡포 들어갈 수 있어

 

▲     ©운영자
눈앞에 두고도 가지 못한 머나먼 땅 이 땅에는 산과 강이 만나 이뤄내는 무수한 명소가 있다. 그 중에서도 예천의 회룡포 만큼 신묘한 곳이 또 있을까. 회룡포는 ‘육지 속의 섬마을’로 유명하다. 육지면 육지지, 섬은 또 무엇인가. 괜히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사려는 건 아닌가. 회룡포를 두고 온갖 상상을 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회룡포는 진짜 섬 아닌 섬인 육지마을이라는 점이다.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회룡포에 이르러서는 마을 주위를 350도 휘감아 돌아나간다. 강변에는 고운 모래밭이 펼쳐지며 산과 강이 태극 모양의 조화를 이룬다. 물길이 닿지 않는 마을 뒤편으로는 태백산 줄기가 둘러싸고 있다. 빠져 나갈 곳 하나 없이 완벽하게 고립된 섬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오지마을은 아니다. 강 건너에 마을도 있고, 멀지 않은 곳에 면 소재지도 있다. 그럼에도 강원도 깊은 산골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눈앞에 두고도 쉽게 갈 수 없었던 때문이다.

▲     ©운영자
옛날에는 회룡포 마을에 통나무 다리가 놓여 있었다. 수량이 적은 가을부터 봄까지는 통나무다리가 유일한 소통창구였다. 하지만 그도 장마에 휩쓸리고 나면 여름 내내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나룻배를 타지 않고는 들고 날 수가 없으니, 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이야 회룡포 마을 양편으로 뿅뿅다리라는 이상한 이름의 다리가 놓여 있다. 튼튼한 콘크리트 다리는 아니다.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으로 다리를 만들었다. 수량이 조금만 많아지면 물에 발을 담가야 건널 수 있다. 이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아이들을 통학시키기 위해 커다란 고무통에 태우고 물을 건너곤 했다. 그래도 뿅뿅다리라도 있으니 회룡포는 섬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의문이 든다. 내성천이 마을을 사면으로 감싸고 있는 게 아니니 육로로 다니면 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궁금증은 회룡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회룡대에 오르면 자연히 해소된다.

강 건너 비룡산에 조성된 회룡대에서 보면 물길이 닿지 않는 곳은 산으로 막혀 있다. 산길을 뚫고 가자면 못 갈리도 없겠지만, 시간이 여간 걸리는 게 아니다. 내성천만 건너면 눈앞에 바로 길이 이어져 있는데 애써 먼 길을 돌아갈 이유가 없다.

강이 산을 부둥켜안고 용틀임 하는 듯한 특이한 지형의 회룡포의 본래 이름은 ‘옳을 의(義)’, ‘재 성(城)’, ‘개울 포(浦)’를 써서 의성포였다. 개울이 성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붙여진 명칭이다. 의성에 살던 경주김씨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의성포라고 불렸는데, 다른 지역 사람들이 경북 의성군에서 의성포를 찾는 일이 많아지자 회룡포라고 이름을 바꿨다.

낙동강 보부상 삼강에 모이다

회룡포 인근에 강이 만들어낸 또 다른 명소가 있으니 삼강주막이다. 주막이 명소라니 이상할 법도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삼강주막의 삼강은 말 그대로 강 세 개가 만나는 지점이다. 낙동강,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합수머리에 주막이 있다. 예전에는 개나리 봇짐지고 강을 오르내리던 보부상들이 한데 모이는 만남의 광장이다. 먼 길의 여정을 풀며 하룻밤 유하기도 하고, 갈증 난 목을 탁주 한 사발로 풀어내던 보부상들의 목청으로 시끌벅적했을 터나, 지금은 낙동강 1300리 물길에 유일하게 남은 주막이다.

삼강주막에는 이 시대의 마지막 주모라 불렸던 유옥련 할머니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06년 돌아가긴 유 할머니는 1930년부터 주막을 꾸리기 시작해서 무려 70년 가까이 따뜻한 마음으로 길손을 맞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슬레이트 지붕 건물은 황토로 벽을 단장한 초가로 변했다. 비록 겉모습은 바뀌었어도 유 할머니의 체취가 흠뻑 배인 부엌이며 그을음과 낙서가 가득한 실내 벽은 아직 그대로다.

삼강주막에 들를 기회가 생긴다면 부엌의 벽을 자세히 살펴보자. 글도 숫자도 모르는 할머니가 벽에 적어놓은 외상장부가 그대로 남아 있다. 유 할머니는 외상을 주면 부엌 흙벽에 칼로 금을 그었다. 세로로 짧은 금은 막걸리 한 잔이고, 긴 금은 막걸리 한 되란 뜻이다. 외상값을 다 갚으면 가로로 긴 금을 그어 표시했다.

▲     ©운영자
삼강주막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아는 부엌 벽의 금. 아직도 그을음 가득한 흙벽에는 짧고 긴 세로 금이 많이 남아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금, 누구의 외상인지 알 수도 없고 받을 수도 없다. 하지만 넉넉하지 않았을 살림에 나그네에게 선뜻 외상을 내준 주모의 넉넉한 인심이 전해지기에 삼강주막을 찾는 여행객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 여행 추천 코스

뿅뿅다리 - 회룡포 - 장안사 - 회룡대 - 여울마을농촌체험 - 삼강주막 - 상주박물관 - 경천대

◎ 추천 코스 플러스

사림봉 산행코스
용주팔경 시비 - 회룡대 - 봉수대 - 원산성 - 삼강앞봉 - 적석봉 - 사림봉 - 용포 - 회룡포(4시간, 9km)


◎ 여행 tip

회룡포 마주하고 걷는 사림봉 산행

회룡포 입구의 뿅뿅다리에서 시작하는 비룡산 트래킹은 물돌이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다. 회룡포의 참 모습을 여러 장소에서 볼 수 있어 좋다. 산이 높지 않고 중간 중간에 회룡포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지루하지 않다.

산행코스를 완주하지 않고 삼강앞봉을 거쳐 삼강주막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출처 : http://www.sisakorea.kr/sub_read.html?uid=4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