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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 걸으며 자연을 아끼는 ‘착한 여행’

한 글 2011. 10. 5. 04:43

 

 

두발로 걸으며 자연을 아끼는 ‘착한 여행’

[4대강 새물결 탐방대] 낙동강 따라 1박2일

지난 24일 금강 세종보 개방행사를 시작으로 다시 살아난 4대강의 16개 보와 36경이 드디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강 별로 특색을 살린 수변생태공원·자전거길·산책로·오토캠핑장…. G20세대 여행 동아리와 여행전문가들로 구성 된 ‘4대강 새물결 탐방대’가 다녀 온 변화된 4대강을 따라가 본다. (편집자)

아직 터가 잡히지 않은 낙동강 길을 따라 떠나는 1박 2일 여행,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가는 길 곳곳에 따가운 햇살을 내린다. 늦더위에 힘든 여정이지만 그림같이 펼쳐진 강의 풍경이 땀을 식힌다. 1박2일의 짧은 시간동안 강을 따라 걷고 달리는 여행은 복잡하고 바쁜 서울을 잠시나마 잊고 다시 태어난 낙동강 속 매력에 푹 빠지게 한다.

육지속의 섬, 회룡포의 절경을 감상하는 코스는 비룡산을 오르며 시작한다.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른 비룡산 입구에 다다르니 통일신라 때 운명대사가 세운 장안사가 보인다. 절 밖으로 마을을 내려다보니 높이도 올라왔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더욱 더 멋진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선 길을 따라 더 올라야 한다. 그렇게 걸어 숨이 가빠질 때쯤이면 회룡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회룡대에 다다를 수 있다. 말을 잃게 하는 그림 같은 장면이다.

강과 산, 논길이 하나로 엮여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경치가 감동스러울 따름이다. 산과 강에 둘러싸인 이곳 회룡포를 보고서야 이중환이 왜 <택리지>에서 이곳 예천을 ‘태백산과 소백산의 남쪽에 위치한 복된 지역’이라 부르는 지 알 것 같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그림같은 이곳에 이내 진짜 그림이 펼쳐진다. 바로 논아트라고 불리는 논위에 펼쳐진 예술작품이다. 농악대가 머리를 흔들고 있는 형상인데 멀리서 보니 정말로 풀들 하나하나가 살아서 움직이는 듯하다.

 


낙동강의 아름다움은 용포마을의 뿅뿅다리 위에서 또 한 번 만날 수 있다. 20여년전 세워졌다는 뿅뿅다리는 다리에 구멍이 촘촘히 뚫려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다리 아래로 물이 찰랑찰랑 올라오는데 비가 올 때는 다리가 잠긴 다고도 한다. 걷는 발길이 불안 불안. 마치 빠질 것 같은 기분이 스릴만점이다.

무사히 다리를 지나면 따뜻한 모래가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은빛모래길인 거구나!’ 반짝반짝 빛나는 모래가 마치 금을 뿌려 논 것 같이 곱고 눈이 부시다. 단숨에 맨발로 모래를 느껴보기로 한다. 드넓게 펼쳐진 모래사막을 걷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상주시에는 낙동강 새물결 중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는 경천대가 있다. 낙동강의 제 1경으로 꼽히는 경천대의 도보코스는 약 1시간정도. 중간 중간 산길과 계단길이 많아 짧은 코스임에도 땀이 절로 난다. 같은 강이지만 경천대에서 본 낙동강은 그 전날 비룡산에서 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풍긴다.

경천대에서 나와 약 1.8km를 걸으니 자전거 박물관이 나온다. 그곳을 지나쳐 조금 더 걷다보면 상주보를 발견할 수 있다. 산이 만들어 낸 정적, 그 속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의 모습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상주보는 한창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준설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상주보 근처에는 아직 볼거리가 많지는 않다. 아마 상주보 공사가 끝이 나고 그 주변 생태공원까지 완성된다면 아주 좋은 걷기 여행코스가 또 하나 탄생되지 않을까 한다.

 


낙동강 길을 따라 떠나는 도보여행은 작고 한적한 마을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강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고 거닐면서 마음 한 구석을 따뜻이 채울 수 있는 여행이다.

◇ 낙동강에 스며든 전통문화

예천의 회룡마을과 용포마을은 오래된 마을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작은 마을들이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점차 줄어들어 폐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학교, 안타깝게 아이들은 떠났지만 아이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학교를 만났다.

바로 폐교를 개조해서 만든 회룡포여울마을이 그것이다. 교실을 개조해서 숙박시설과 체험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하룻밤 머물며 옛 학교를 체험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오늘은 손님이 거의 없는지 주위가 더욱 고요한 분위기하다. 방안은 현대식으로 쓰기 깔끔하게 해놓았지만 학교에서 풍겨지는 분위기는 뭔가 모르게 구수한 느낌이 난다.

 


예천여행에서 전통문화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주막인 삼강주막이 바로 그곳이다. 이전 삼강나루터에 머물던 상인들이 즐겨 찾던 술집, 그 초가아래서 맛있는 주모상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한쪽 주막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했더니 바로 음식을 제조하는 부엌이다.

다섯 명의 주모께서 주막에 나올 음식들을 정성스레 조리하고 계신다. 메뉴는 아주 단순하다. 묵과 찐두부와 배추전! 첨가된 양념도 없이 가장 기본적인 원재료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분위기 때문일까 직접 담군 동동주의 독특한 맛 때문일까 흥도 절로 난다. 이곳에서 만큼은 조금 취해도 좋을 듯싶다.

상주 경천대의 드라마 세트장과 상주보 근처에 자리한 도남서원은 옛 마을을 엿볼 수 있는 여행지다. 세트장이 크진 않지만 초가집아래에 서재와 부엌, 안방을 잘 꾸며 놓아 구경하기에 좋았다. 지게도 짊어보고 절구도 쪄보며 조선시대의 흔적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재밌는 곳이다. 도남서원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정몽주 선생이 머물며 공부하던 서원이라고 한다. 서원안의 모습은 이전에 안동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병산서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원을 둘러보던 중 그곳에서 문화유산을 해설해 주시는 선생님이 나에게 다가와 말씀을 건내신다. 서원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던 터였는 데 친절하게도 서원의 유래에서부터 역사적 사건, 그리고 구조에 대해서도 아주 상세히 설명해 주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비슷비슷하게만 느껴진 서원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설명에 따르면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정자는 일종의 쉼터, 양 옆으로 난 방들은 기숙사, 그리고 뒤편이 수업을 하는 교실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서원은 그런 형식을 띄고 있다고 한다. 이제 어딘가에서 다른 서원을 만나게 되면 먼저 그것부터 살펴보게 될 것 같다. 서원은 지금 우리로 치자면 소수정예 고액과외수업과도 같은 아무나 들어가기 힘든 곳이었던 것 같다. 설명을 듣고 나니 양반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길들을 따라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자연을 아끼는 착한 여행

회룡포 마을과 상주의 경천대는 도보길이 잘 나있어 걷기에 아주 좋은 여행지다. 마을 대부분은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타지 않은 아주 고요하고 한적한 곳이다. 나는 되도록 많이 걷는 방법을 택했다. 걸으면서 보는 옛날 집들과 꽃들, 풀 하나하나가 모두 새로운 발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런 좋은 구경거리를 놓치고 택시를 이용한다는 건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두발에게 조금 고생을 지게 하더라도 걸으면서 자연 그대로를 느끼기로 했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중간 중간 쉬었다 갈 수 있는 나무의자들이 유난히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걷다 지친 다리를 쉬어가게 할 수 있었고 맨발로 걸으면서 지압을 할 수 있는 코스도 있다. 걷기여행으로서 안성맞춤인 것이다.

상주는 특히나 자전거 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그 명성만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이 잘 나있었고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곳도 많다. 굳이 버스나 택시를 타면서 이산화탄소를 뿌리지 않고도 자전거 바퀴로 충분히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상주다. 오는 12월 이면 낙동강 하국둑에서 경북 안동에 이르는 400Km가 자전거길로 재정비 된다고 하니 친환경 여행의 최적지 이기도 하다. 자연은 모습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하는데 이를 함부로 훼손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낙동강 길은 두발로 걸으며 자연을 아끼는 착한 여행을 가능케 하는 곳이다.

글: 이설인 동덕여자대학교(대학생 여행블로거/네이버 ‘여행의 즐거움’(suw0012) 운영)

 

 

출처 :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