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마을이 전국 유일하게 10억 받은 이유는
<특별기획 FTA의 파고를 넘자!⑦-농촌마을의 미래 '여울마을'>
주민들의 갈등 딛고 1등 농촌체험 마을 만들기까지 눈물 나는 노력
지금 우리에겐 FTA의 파고를 넘기 위한 선진 농어업이 필요하고, 이는 ‘전문인력 육성’과 ‘생산시스템 선진화’로 실현 가능하다.
최근 한국농수산대 졸업생의 소득이 100대 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보다 수백만원대를 웃돌고 있는 통계자료가 보여주듯 농어업에서도 전문성만이 승부를 가를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농가의 체질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올해 중점 추진방향으로 잡았다.
정부의 고소득 성장산업 육성과 종자산업 및 R&D 투자확대 계획 등이 마련된 가운데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시대를 앞서가는 선진 농어업 현장을 찾아보았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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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에 위치한 회룡포 여울마을 ⓒ 데일리안 |
◇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에 위치한 회룡포 여울마을 ⓒ 데일리안 |
“손 때 묻은 낡은 학교가 이제 시골마을의 자랑거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모래로 이뤄진 하천인 내성천, 그 물길을 따라 시골의 정취를 느끼다보면 어느새 눈앞에 정겨운 시골학교가 등장한다. 점차 줄어드는 아이들 때문에 안타깝지만 폐교될 수밖에 없었던 학교, 비록 아이들은 떠났지만 그들의 추억은 고스란히 남겨져 이방인에게 새로운 추억을 선물한다.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에 위치한 ‘회룡포 여울마울’. 폐교를 개조해서 숙박시설과 체험 공간으로 꾸며진 이 곳은 농촌마을개발사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회룡포 여울마을 개발은 농림수산식품부 주관으로 지난 2005년부터 추진된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에서 시작됐다. 마을 경관개선, 생활환경정비, 소득기반확충 등의 행정적 지원에 아름다운 자연환경, 주민들의 높은 참여와 참신한 아이디어 개발로 지난 2009년 완공 후 미래 농촌마을의 대표주자로 각광받게 됐다.
잔디가 깔린 운동장을 지나 나지막한 계단을 올라가면 유리로 된 현관문이 반겨준다. 가볍게 유리문을 밀고 내부로 들어가면 정겨운 이름들이 눈에 띈다. 선영이, 수라, 경미, 현정이, 지수, 주영이, 종훈이, 영모셈. 각각의 숙소는 여울마을의 전신인 향석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생들과 선생님의 이름으로 지어졌다. 방 안은 현대식으로 쓰기 깔끔하게 해놓았지만 학교에서 풍겨지는 분위기는 뭔가 모르게 구수한 느낌이 난다.
숙소로 만들어진 교실의 반대편은 방음시설이 갖춰진 다목적실, 탁구장, 50~60명이 동시에 입장 가능한 세미나실 등 활동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여울마을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신영식 사무총장은 “숙소는 내부를 현대식으로 꾸몄지만, 활동공간으로 사용되는 교실들은 최대한 옛 교실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토방은 여울마을에서 유일하게 새로 지어진 건물이다. 눈으로 덮인 운동장의 한 켠에는 차곡차곡 정리된 장작들이 눈에 띈다. 난방을 위해 직접 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되는 황토방을 위해 마련된 장작들이다. 장작불로 인해 뜨끈해진 아랫목에 누워있으면 따뜻한 열기에 저절로 눈꺼풀이 감기게 된다.
신 사무총장은 “황토방은 나무로만 난방이 가능하다. 장작은 마을 내 어르신들이 직접 산에서 해 오시는 것을 사용한다”며 “어린 시절 추운 겨울날, 뜨끈한 아랫목의 열기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고 말했다.
여울마을은 황토를 이용한 천연염색체험, 꽃과 짚을 이용한 공예체험 등 가족체험 프로그램 위주의 관광사업만으로 연 1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농장물 공동육묘장 운영으로 연 매출이 8000만 원을 넘는 등 경제적인 자생력도 갖추고 있다.
◇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에 위치한 회룡포 여울마을의 황토방 ⓒ 데일리안 |
◇ 경상북도 예천군 풍양면에 위치한 삼강주막 ⓒ 데일리안 |
여울마을의 이 같은 성공스토리는 마을 주민 전체의 피나는 노력과 이해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신 사무총장은 “사업에 대한 이해 차이로 생기는 오해, 사무장과 추진위원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지 못해 생기는 오해 등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로 인해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여울마을은 대은리, 향석리, 무이리, 읍부리 등의 마을이 하나의 권역으로 묶여 추진된 사업이다. 사업 초기 각 마을에 이장들이 추진위원으로 들어오면서 각자의 마을에 보다 나은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갈등을 빚었다.
갈등의 해결은 견학과 대화를 통해 이뤄졌다. 신 사무총장은 “주민역량강화사업을 통해 다른 농촌마을 견학과 주민들끼리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민 간의 갈등이 해결되고 난 뒤 홍보와 관리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광고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던 마을 주민들은 지역에서 난 참깨로 직접 참기름을 짰다. 그렇게 짠 참기름을 들고 마을 출신의 출향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홍보설명회에 참여해 줄 것을 부탁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팸플릿을 건네면서 이웃에 홍보를 부탁했다. 말 그대로 ‘발로 뛰는 홍보’를 실천한 것이다.
신 사무총장은 특히 관리에 있어서 “실내에 화장실 고장이나 형광등 교체 등은 둘째 치고 여름철 자라나는 잡초 관리는 그야말로 잡초와의 전쟁”이라고 털어놨다.
여울마을 주민들은 잡초문제를 공동의 힘으로 해결했다. 여름철 잡초관리는 1주일 간격으로 이뤄진다. 잡초제거 예정일 전날 마을 이장이 방송으로 통보하면 당일날 새벽 5시부터 마을 주민들이 각자 예초기나 낫 등을 들고나와 공동작업으로 잡초를 제거했다.
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여울마을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실시한 중간평가와 사업종료 후 시행한 종합평가 등 총 2차례 진행된 평가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사업비 10억 가량을 확보하는 등 성공적인 농촌마을 개발로 두각을 나타냈다.
또한 체계적인 마을발전 사업을 위해 사무장을 계속 채용하고 법인근로자를 상시 고용해 경북의 핵심 추진사업인 일자리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지역복지에도 참여하고 있다.
신 사무총장은 “여울마을은 철저하게 마을주민들에 의해서 관리·운영되고 있다”면서 “수익창출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운영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울마을은 정부지원사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최대한 공익시설로 활용하고 있다”며 “수익 중 일부를 이용해 독거노인들에게 연탄을 제공하는 등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여울마을에 짐을 풀어놓은 뒤 마을을 나와 30여분 정도 걸어가면 ‘육지 속 섬마을’이라고 불리는 회룡포에 도착하게 된다. 예천 내성천 물줄기가 무려 350도를 휘감아 도는 회룡포마을은 우리나라 최고의 ‘물돌이’ 마을이다.
이 기묘한 지형을 배후로 삼은 ‘삼강~회룡포 강변길’은 내성천과 낙동강 언저리를 휘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10.1㎞ 회귀코스를 기본으로 삼고 비룡산 능선을 따라 걸으며 회룡포를 굽어보는 3.5㎞ 능선 연계코스가 추가로 만들어졌다. 당초 계획은 낙동강 건너 삼강주막을 출발지로 삼았지만 주막과 용포마을을 잇는 낙동강 도보교가 올해 10월 완공될 예정이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마을까지 차를 타고 들어와서 걸어야 된다.
강변길은 내성천 물줄기에 뿌리박은 기암절벽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푸른 소나무를 끌어안은 기암절벽 사이로 불어오는 강바람은 한껏 날이 섰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 한 켠을 시원하게 어루만져 주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자연을 벗 삼아 한참을 걷다보면 그 옛날 삼강나루를 오가던 보부상과 사공들이 허기진 배를 달래고 지친 몸을 쉬던 110년 전통의 삼강주막이 삼강교 옆으로 조그맣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동안 회룡포와 삼강주막은 직선거리로 300m에 불과하지만, 강이 가로 막기 때문에 차를 타고 30분가량 빙 돌아서 가야했다. 하지만 올해 8월 준공예정인 길이 280m, 폭 5m의 비룡교가 개통되면 회룡포에서 삼강주막까지 불과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예천군청 관계자는 “그동안 관광객들이 회룡포와 삼강주막이 가까운 거리임에도 지형상 돌아서 가야하는 불편을 겪었다”면서 “비룡교가 완공되면 이 같은 문제점이 해결되고, 더 많은 관광객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조성완 기자]
출처 : http://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277965&sc=naver&kind=enu_code&key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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